충청도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그곳, 부여

[Arte] 2008. 7. 17. 02:15

굳이 말해보라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 괜시리 마음이 끌리는,
사는 일이 부산하고 힘에 부칠 때 들어가 숨어버릴 수 있을 듯한,
그래서 왠지 오래 두고 그 주변을 맴돌 것 같은 곳이 있다면,
제게는 부여가 그런 곳입니다.

부소산성에서 내려다본 부여

어렸을 때부터 수시로 이사를 다녔던 터라,
고향이란 개념은 커녕 한 군데 오래 살면 도리어 불안해지는 저에게 이곳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돌아가고' 싶은 곳 중 하나입니다.

낙화암에서 바라본 백마강

이번 주말, 조금 더 번화해진 부여를 보면서, 대체 그 느낌이 뭘까, 했었는데요,
다이어리를 뒤져보니, 처음 이곳을 갔던 당시 상황이 조금은 설명해 주더군요.

첫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직후였더라구요.
다이어리에는 예약 날짜와 여행 준비물만 적혀 있고
다른 기록은 전혀 없지만, 어렴풋이 그 여행이 기억납니다.

낙화암 선착장


오랜 시간 힘겨워하고, 오랜 시간 고민하고
그리고 제발로 회사를 걸어나온 다음

유스호스텔에 등록하고 짐을 챙겨
부여, 속리산, 경주, 이렇게 세 곳을 돌았습니다.

낙화암 옆, 고란사

이박 삼일을 머물렀다고, 기록되어 있네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휑한 도미토리에 짐을 풀고
커다란 공동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였더랬지요.
동네 빵집에서 바게뜨도 사 먹고, 긴팔 옷이 없어서 시장에서 삼천 원 짜리 셔츠도 한 장 샀었구요,

너무나 작고 야트막한 동네여서 산을 올라갔다 와도 한나절이 다 지나지 않았었지요.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했던 그 강변.

구드래공원 나루터. 낙화암에서 배를 타면 이곳에 내려줍니다. 3500원.

고요한 느낌이 드는 곳을 만나면 종종
다음에 일주일 정도 와 있어야지, 하는데요,
그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겠지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고작 네 시간.

이번이 세 번째, 혹은 네 번째의 방문이었습니다.
다음 번에는 일주일쯤, 머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