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2009. 1. 29. 19:57
갈대숲 사이 나무 산책로를 하염없이 따라가다 보면
용산 전망대에 오르는 길에 당도합니다.


용산은 동네 뒷산 오르듯이 차분차분 올라가면 됩니다.
가파른 길과 이렇게 평탄한 길이 번갈아가며 나타납니다.
일몰 시각을 미리 알아보고, 좀 여유있게 출발했는데도
마음이 급해서 종종걸음을 걷게 되더군요.
덕분에 좋은 촬영 지점을 차지하긴 했지만,
대신 모자까지 푹 눌러써야 했지요.


그리고 일몰.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다른 이들 사진처럼 황금빛 물살을 가르는 배를 찍는 건 실패했네요.
하지만 제게는 충분히 아름다운 물길과 붉은 일몰.


용산 전망대는 사진 찍기 좋으라고
삼단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층에는 직업사진가로 보이는 분들이 렌즈 여러 개를 바꾸어 가면서 촬영중.
저는 이층에 자리잡았고, 삼층도 곧 사람들이 차더군요.


저 맨 오른쪽 분은, 배 한 척 안 지나간다고 계속 툴툴.
(결국 해 떨어지고 나서 그닥 아름답지 않게 한 척이 슥 지나갔다는)
해가 사라지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매직아워의 기적을 갈구하시더군요.
반면 사진엔 안 나온 맨 왼쪽 분은 해 넘어가자마자 후다닥 철수.
직업사진가라고 어떤 공통된 촬영습관이 있는 건 아닌 듯. ㅎㅎ

Tip. 사진 아래에 살짝 걸쳤는데, 저렇게 나무 기둥이 있어서
자리만 잘 잡으면 삼각대 없이도 장노출이 가능합니다.


사진보다는...
눈에 담아온 일몰이 훨씬 더 멋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겠지요.

이런 일몰을 보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도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여행을 하고싶어집니다.




 

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