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2011. 1. 9. 02:16


가끔씩 사진 강좌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예전엔 뭐든, 온갖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독학으로 배웠다면,
요즘은 수준에 맞지 않더라도 직접 강의를 듣는 편이 더 좋아요. 게을러진 탓이지만,
쉬운 내용이면 한 번 더 세뇌하는 셈치고, 어려운 내용이면 또 자꾸 듣다보면 어느샌가 이해가 가곤 합니다.


이번에는 야경사진 촬영 실습.


실습 강좌를 따라간 건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추울 줄은 몰랐지요.
게다가 야경이라니.


야경은
높은 곳에서
해가 진 뒤까지도
찍습니다.
바람도 웬만큼 부는 날이 좋습니다. 공기가 맑아야 되기 때문에..

얼어죽기 딱 좋은 촬영이라는 거지요.



막상 가보니 정원의 절반도 차지 않았더군요.
다들 추운 날에는 안 나가는 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저만 몰랐던 겁니다.
그래도 사진을 찍을 만하니까 강좌 개설이 되겠지, 했던 저만 미련했던 겁니다.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바라본 북쪽 조망





어찌되었든, 출사지는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
'차 있는 오빠'를 만나면 드라이브하러 간다는, 이름도 찬란한 북악하늘길.

차 있는 사람들이 오는 데라 버스도 없습디다.

성북구민회관 앞에서 만나 택시타고 이동. 삼천 칠백 원.
역시 오가는 이들은 손 꼭 잡은 연인들.
그들은 옷도 별로 안 두껍습니다.
뭐, 춥겠습니까.


경치는...
서울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북쪽으로는 평창동이, 남쪽으로는 남산타워가 보입니다.
그 빼곡한 건물들.
그것이 오늘의 촬영 대상입니다.







북쪽보다는 남쪽 조망이 더 시원해서, 좀더 아래쪽으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성곽과 남산타워가 한 컷에 들어오는 이곳은
팔각정에서 남쪽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오 분쯤 내려간 어느 지점입니다.
나무를 잘 깔아놓은 산책로 입구를 들어서면
전망대와 의자와 지도가 있는데, 그곳을 지나 쭉 내려가다보면 전망 좋은 포인트가 몇 군데 나옵니다.


벙어리장갑을 벗을 생각도 못하고
털모자 위에 목도리까지 꽁꽁 둘러매고
차디찬 삼각대를 꺼내 세팅을 합니다.


야경의 기본세팅은
ISO 100~200
F8~11
멀티측광
화이트밸런스 자동, RAW 파일,
A모드로 두고 노출은 노출보정으로 조정합니다.

그리고 삼각대, 릴리즈.
릴리즈 없으면 타이머 설정.


위 사진은 70mm. 아래사진은 크롭한 것이니, 대충 100mm 정도.

구도를 잡고,
'마법의 시각'을 기다립니다.



춥습니다.
해가 떨어지니 기온이 뚝.뚝. 떨어집니다.


















 

안타깝게도,
제게 매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날은 추웠을 뿐만 아니라, 사진 찍기에도 좋은 날씨가 아니었던 거지요.


작정하고 야경을 찍으러 갈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있다면 바로 '시정거리'입니다.
얼마나 멀리까지 잘 보이는가를 말하는데,
가급적 시정거리가 길어야 좀더 쨍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날은 그냥 뿌연, 일반적인 서울날씨였던 거지요. 강사님은 10km 이내인 듯하다고 하시더군요.


여하튼 줄기차게 찍습니다.
하나의 구도로 누르고 또 누릅니다.
나무계단 위에 여러 사람이 서 있고,
산책로라 가끔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있어,
삼각대 위에 놓인 카메라가 종종 흔들립니다.



제 삼각대는 똑딱이 필카 쓸 때 갖고 다니던 건데,
그것이 그리 왜소한 아이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계단 난간이 시야를 가리지 않으려면
다리를 다 늘이고도 레버를 돌돌돌돌 돌려, 목을 쭉 빼야 합니다.
목을 늘이니 안정성이 뚝 떨어집니다. 살짝 건드려도 흔들흔들.

이것이 정녕 삼각대란 말인가.
삼각대를 왜 쓰는데. 버럭.


릴리즈도 없어 손으로 셔터를 눌러야 해서 타이머 설정을 했는데요,
릴리즈 대용 타이머는 대개 2초 설정하는데, 길게 늘려 5초로 했건만,
셔터 누르고 손을 떼면 5초 이상 흔들흔들.
차라리 손으로 꼭 잡고 연속촬영하는 편이 더 낫더군요.
옆에서 누가 걸어가면 쥐약.



결국은 목을 도로 줄이고 다리도 한 칸 줄여,
난간 사이에 위치를 잡았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2초 타이머가 쓸 만해지더군요.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기고 한참을 보다가,
몇 장을 건져 이리저리 보정합니다.
샤픈을 주고주고 또 주고.

나이트뷰를 돌아보면, 수십 페이지를 넘겨도 이런 식의 사진은 없습니다.
매직아워에 하늘의 푸른빛을 살리고,
가로등과 건물의 조명을 극대화해서
마치 일러스트처럼 촬영/보정한 사진들이 주로 올라와 있지요.
그런 사진의 입장에서 보면, 위 사진들은 (수많은 샤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둡고 촌스럽기 그지없겠지만
제게는 눈부시게 밝은 야경사진들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든달까요.
물론 위의 사진도 무수한 보정 끝에 나온 거라능


신 포도일까요.
나중에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
말을 확 바꿔 버리게 될까요.
그래요. 아무리 보정해도 그렇게 만들 수가 없었어요.


어찌되었던 위 사진들은
흘러내리는 콧물에 바치는 송가입니다.
명작 한 컷 없이 감기 따위에 걸리지 않습니다. 기필코 초기에 잡아버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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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