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2008. 2. 20. 02:31

지난 설 연휴 끝자락에,
무심히 TV를 보다가 스윽 지나가는 자막 한 줄을 봤습니다. 무한도전 게릴라 콘서트..
기나긴 명절 연휴의 여파로 지루했던 터라, 즉흥적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오후에 여의도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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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줄 입장 중..


방송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많이들 왔더군요. 방송에서 집계한 인원이 만 오천 명을 넘었었지요?
두 팀으로 나눠 한나절 거리 홍보를 했고, 방송에서 자막을 살짝 흘렸던 게 다인 듯합니다.
제가 본 프로그램은 출발 비디오여행이었는데, 다른 방송에서도 나왔었는지 모르겠네요. 딱 한 번 지나가더군요.
무한도전 공식 사이트에도 게릴라 콘서트 공지는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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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고 날씨가 추워서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출연진들은 걱정을 했다는데,
제 생각엔 오히려 좋은 날이 아니었나 합니다.
기나긴 (그리고 긴 시간을 맘대로 쓰지도 못하는) 연휴에 지친 사람들..
여튼 무지하니 많은 이들이 줄줄줄 공원으로 들어오는 통에, 줄이 부쩍부쩍 늘었습니다.
줄 서 있다가 동행이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바로 옆에 두 줄이 더 생겨서 미아가 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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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무한도전의 미덕 중 하나는
출연진에 가려져 있던 스탭의 존재를 드러낸 점인 듯합니다.
사실 스탭이란, 연말 시상식에서나 몇몇이 얼굴을 드러낼 뿐인,
알면서도 모르는, 그림자 같은 존재였었는데요.

무한도전에서는 매니저나 코디 등 지원팀들이 종종 등장할 뿐만 아니라,
출연진들이 "방송으로 보시는 게 더 재미있어요, 녹화는 별로예요"라고 할 만큼,
자막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할을 하면서 PD와 작가가 제3의 출연진 역할을 비중있게 해냈고,

유난히 촬영팀이나 제작팀들을 화면에 많이 비추어서,
방송을 만드는 데, 출연진의 몇 배가 되는 사람들의 노력이 투입되고 있음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가끔 등장하는 '엑스트라'는 무의미한 존재였지만,
무한도전에서는 그들이 스탭이라고 일일이 알려 주는 경우도 많았지요.
심지어는 모든 스탭들이 총동원되어 자전거 페달을 밟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준하와 머리 크기를 겨뤘던 안전요원이나 '최종훈이~'를 외치던 미소코디도
무한도전을 구성하는 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최종훈이'를 찾아 시골에 내려가는 방송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그림자가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방송에서 스탭의 존재는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모든 사람의 존재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있으면서 없고, 알면서도 모르는, 그래서 무시해도 좋은 존재.
외모, 학벌, 집, 차.. 많은 이들이 드러나는 것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그림자가 아니라 사람임을, 그래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닐른지.
마치 무한도전의 스탭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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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