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2010. 9. 16. 02:01

부산에서 광안리를 지나고 해운대를 지나고 송정을 지나 더 동쪽으로 가면
바다 절경을 앞에 두고 세워진, 해동용궁사가 있습니다.


'기복신앙'이라는,
어려운 단어의 의미가 알고 싶다면,
해동용궁사를 추천합니다.
절경을 앞에 두고 세워진 사찰, 이라고 쓰다가 지웁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불교테마파크"라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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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십이지상 석상들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열둘 중 셋 앞에
"삼재"라고 씌여 있습니다.
돈통,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삼재에 걸렸다는 사람들, 동전, 넣습니다.
아직 재미있습니다.



조금 더 가면
거대한 타이어가 하나 보입니다.
교통안전기원탑, 있습니다.
돈통, 있습니다.
전국유일이라고 사람들, 재미있어합니다.
아마 세계유일일 겁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많이 납니다.
대입만 기원하란 법 없습니다.
여행이니까 즐거운 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탑 옆의 그 거대하고 새카만 타이어를 못 찍은 것이 천추의 한이 됩니다)




불상 목만 똑, 올려진 ↑ 이 살벌한 문을 지나면
108계단 나옵니다.

계단, 걸으면, 108세까지 장수한답니다.
2~30년쯤 지나 평균수명 늘어나면 계단 더 쌓아야겠습니다.
세면서 내려갑니다.

계단 끝나면 돌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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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 건넙니다.

돌다리 옆에 동자승이 소원성취 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소원성취 바가지에 골인해보겠다고
동전 무지하니 던집니다.
안 들어갑니다.
물 속에는 생각보다 동전이 많이 안 보입니다.






저 멀리 금색의 둥근 물체가
멀리서도 번쩍입니다.

황금돼지.
빨간 글씨로, 福.
돈통,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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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오래되어 보이지 않는 황금불상.

개인적인 소견으로,
위 황금돼지와 함께
이 파크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믿습니다.
역시 돈통, 있습니다.
안 보일까봐
빨간 글씨로, '불전함' 이름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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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접수,
웬만한 사찰에서는 흔한 풍경입니다만
파크는 역시 독보적입니다.
호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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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서 있는 자그만 석상들앞에 돈통이 없어도
관광객들은 굴하지 않습니다.
파크의 의미를 알아버렸으므로,
파크의 본질에 맞게 대우해줍니다.

(저 동전에 손을 댔다간 아까 그 황금불상이
벌떡 일어나 달려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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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등지고 있는 불상 앞에서
기도도 하고
방생도 하는
제단입니다.
어김없이
빨갛게 이름표 붙은 돈통.

간절한 불자는
소원성취를 바라며 불전을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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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쪽으로 나오는 산책로를 따라
바다를 보면서 걸어나오면
방생용 물고기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문득,
놓아주기 위해
잡아올린
생명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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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의 전망은 훌륭합니다.
바다를 면한 우람한 바위들은
사실은 촛농과 재로 범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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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스런 파크를 뒤로하고 버스타러 나오는 길
누군가의 집 뒤켠,
고무대야에 뿌리를 내린 연잎들과
그 사이에서 아무렇게나 꽃대를 올린 풍경이
단언컨대 가장 많은 '불전함'이 있는 테마파크와는 비교할 수 없이
성스러워 보입니다.
부처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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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