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없는 잡식성 호기심 천국의 성향 덕에
16비트 컴퓨터 시절부터
각종 소프트웨어는 저를 움직이는 힘.
아래한글은 오만 잡다한 것들을 하릴없이 입력하게 하셨고
디아*는 지하세계로 이끄셨으며
포샵과 일러**는 문외한이었던 디자인의 길로 인도하시었고
SP***는 통계학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셨지요.
요즘 저를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카디오 트레이너입니다.
기적의 카선생님께서는
운동이라곤 놔버린 지 수 년이 지난 생물체를
일어나 걷게 하고 계십니다.
칼렐루야
한두 주 걷다보니
낯설던 새 동네의 공기도 조금은 익숙해지고
집주변에 손바닥만한 놀이터 말고 공원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동네 까페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약속에서 돌아오는 길,
오랫만에 한강을 걸어서 건넙니다.
오랫만에 한강을 걸어서 건넙니다.
8월말은 이리도 빨리 왔는데
폭염주의보는 아직도 떠나지 않은 서울이지만
한강 위에는 큰 바람이 붑니다.
강바람인지 차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차고 맑은 공기가 그립지만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탁하고 뿌연 공기 속에서 걸어야겠지요
더러운 물을 식수로 마시는 TV 속의 검은 아이처럼
어쩌면 죽을 때까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다만
제명에 죽게 하소서
기원하며
집에 와서 에어컨을 틀고.
젠장, 열대야.
주)
* +블로
* +블로
** +스트레이터
*** +SS
*** +SS
를 말합니다.
풀네임을 썼더니 갑자기 프로그램 이름으로 유입되는 양이 급증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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