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2011. 8. 29. 01:04

깊이 없는 잡식성 호기심 천국의 성향 덕에
16비트 컴퓨터 시절부터
각종 소프트웨어는 저를 움직이는 힘.

아래한글은 오만 잡다한 것들을 하릴없이 입력하게 하셨고
디아*는 지하세계로 이끄셨으며
포샵과 일러**는 문외한이었던 디자인의 길로 인도하시었고
SP***는 통계학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셨지요.



요즘 저를 움직이는 프로그램은
카디오 트레이너입니다.
기적의 카선생님께서는
운동이라곤 놔버린 지 수 년이 지난 생물체를

일어나 걷게 하고 계십니다.

칼렐루야


한두 주 걷다보니
낯설던 새 동네의 공기도 조금은 익숙해지고
집주변에 손바닥만한 놀이터 말고 공원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동네 까페도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약속에서 돌아오는 길,
오랫만에 한강을 걸어서 건넙니다.

8월말은 이리도 빨리 왔는데
폭염주의보는 아직도 떠나지 않은 서울이지만
한강 위에는 큰 바람이 붑니다.
강바람인지 차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차고 맑은 공기가 그립지만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탁하고 뿌연 공기 속에서 걸어야겠지요
 더러운 물을 식수로 마시는 TV 속의 검은 아이처럼
어쩌면 죽을 때까지

 

다만
제명에 죽게 하소서
기원하며
집에 와서 에어컨을 틀고.
젠장, 열대야.


 




주)
*   +블로
**  +스트레이터
*** +SS 
를 말합니다.
풀네임을 썼더니 갑자기 프로그램 이름으로 유입되는 양이 급증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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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