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2011. 4. 1. 03:34

얇은 가지들이 너무 많아서
건드렸다가 다 부러뜨릴까봐
분갈이도 차마 하지 못하고
어느새 말라비틀어져 버렸던 꽃화분.


영하 10도가 넘던 밤, 다들 방안으로 대피했을 때조차
겨우내 베란다에 방치되어
얼었는지 죽었는지
아니, 이미 죽었으니
화분도 플라스틱, 딱히 건질 것도 없으니
이사할 때나 버려야지, 뒀던 화분에서

며칠 전에 뭐가 언뜻 보였다.










길고 긴 겨울.
황량한 지구는 봄도 오지 않는가,
올 삼월은 꽃도 없이 가누나,
하던 차에,





버려진 화분에서

꽃이

핀다








삼월의 마지막 날.


 






죽어버렸나, 싶어
버려뒀던 것들,

그런 데서 가끔씩 피어나는 생명들.






언땅을 뚫고 오르는 잡풀들
굳어버린 뇌에서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부석부석해진 마음에 솟아오른 사랑
냉랭해진 가슴을 데우는 열정


그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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