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석모도로 MT를 갔을 때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색으로 빛나던 노을을 본 적이 있지요.
서쪽 하늘이 온통 물들어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그 계절, 석모도에서 나오는 막배는
잔인하게도 해가 넘어가기 전에 끊겨버려서
일행을 뒤로 하고
그 노을을 뒤로 하고
저 혼자 떠나야 했어요.
뭔가 일이 있었거든요.
트럭도, 배도 동쪽으로 달렸죠.
그러는 사이 황홀한 빛깔은 스러져 버리고.
그날 이후
두고 온 그 빛이 생각나
몇 번 석모도 인근을 찾은 적이 있지만
맑은 날은 노을을 본 적도 있지만
그날의 그 노을은
다시는 만날 수 없었어요.
이번 여행에서도.
그렇게
한 번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지요.
그것이
매 순간
발뒤꿈치에서 발끝까지
꼭꼭 디디며 살아가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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