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007. 10. 2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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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영 흐려서

많은 이들이 일출 시각 전에 되돌아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온통 뿌옇기만 할 뿐 아무것도 안 보였다.

혹시나 하고 한쪽 구석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는데

해뜨는 시각에서 십 분쯤 지나자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혔다.

바람이 구름을 밀어내는 것이 또렷이 보였다.

저 멀리부터 구름이 산을 타고 넘으면서

능선이 드러났다.


저걸 보러 여길 왔구나.


사실 사람들이 산에 왜 가느냐고 물으면

깔끔하게 정리해 줄 말이 없다.

공기 좋고 시원한 건 평평한 땅에 있는 수목원이나 공기청정기나 에어컨도 충족시켜줄 수 있고..

왜 그 고생을 사서 하냐는 질문에는 답변이 안 된다.

산행은 애초에 부족하기 그지없는 말로써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궁색한 답변을 찾아보자면,

두 눈으로 보는 것 이외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능선의 조망, 그리고 한밤의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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