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보니 세상이 하얗게 덮여있었다.
이날 쌓인 눈은 폭신한 것이, 미끄럽지도 않더라.
베란다에서 보이는 우리 동네.
앞에 보이는 5층짜리 아파트는
이사오면서 '단지 내 압구정동'으로 명명한 곳으로,
저층이기 때문에 전용면적이 넓고, 상대적으로 비싸다.
사방에서 고층 아파트들이 마치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어,
도로에서의 소음과 공해를 차단해 주고 있다. 흥, 흥.
눈 잘 뭉쳐지게 생겼더라.
근래에 이날만큼 커다란 눈사람 많이 본 날도 없다.
아이들이 이렇게 굴리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학교에 갔더니 본관 앞에 사람만한 눈사람이,
머리 위에 '태권도부'라고 달고 서 있었고,
저녁먹으러 갔더니 식당 뜰에 세워진 눈사람에
주인이 빗자루를 세워 두고 있었고,
술마시러 가는 길에는 길가에
넥타이 하고 귀까지 있는 눈사람이 세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