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009. 7. 21. 23:37
지리산 자락에서 만난 꽃들.


죽는 꿈을 꾸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음에 임박한 꿈을 꾸다.


바로 내일이 내가 죽는 날.
아무도 모르는 걸까,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만 다들 각자의 삶을 산다.




밤이 되고, 나는 슬퍼진다.
졸음이 몰려든다.
내일이면 죽는데, 이런 밤에 잠이 든다는 건 너무하는 일 아닌가.

유서라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데
아무 말도 쓸 수가 없어서

그냥 울었다. 울다가 잠이 들었는지, 다음 날이 되어 버렸다.

끝이 다 되었는데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슬피 울다가 잠에서 깨다.



누군가 유머를 섞어
'지금이 내 인생의 정점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정점에 오른다는 것은 뭔가 벅차고 행복한 어떤 것이 아닐까,
다 이루었다는, 어떤 성취감이 아닐까,
예전엔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그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잘 몰랐는데.


막상 그런 느낌이 드니 끝간데 없이 허하다.


눈앞에 떨어지는 모든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것인 양 아쉽다.
허기에 지친 아이가 오랫만에 만난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듯.
그러다가 목에 걸려 꺽꺽대듯.

목에 걸릴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럼에도 이것은 생의 마지막 음식.



2009.6.26. 세석에서 벽소령 가는 길목의 어디쯤.

그날은 마냥 햇살이 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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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