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2009. 7. 25. 14:16

처음 지리산 종주를 떠날 때 가장 막막했던 것이 짐싸기였던 것 같습니다.

한 달 전 기억을 더듬어 제 배낭을 한번 풀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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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에는 허리끈이 있어야 체감 무게가 확 줄어듭니다.


* 6월 말, 최저기온이 9도 정도일 때 기준입니다.
* 일정은 4박5일, 백무동~장터목(1박)~천왕봉~세석(2박)~벽소령~연하천(3박)~노고단(4박)~노고단 정상~성삼재 코스입니다.
* 다음의 짐을 꾹꾹 눌러 싸면 40리터 배낭이 거의 다 찹니다.

40+10리터 배낭, 배낭 커버, 판초우의, 스틱 1조, 보조배낭(일출 보러 갈 경우)
코펠, 수저, 컵, 버너, 물통, 가스 1개 (대피소에서 1개 추가구입. 3000원 정도.), 맥가이버칼
헤드랜턴 (일출 보러 갈 경우+야간산행 대비)
핸드폰 배터리
신분증(대피소 예약 확인용), 헌혈증이나 장기기증등록증, 비상연락처 쪽지(가족 등 지인의 명함이나 연락처를 적은 것), 대피소 연락처, 필기구, 카메라, 책과 mp3(산에서는 불필요. 오가는 차안에서.)

등산지도, 쿠션방석
쓰레기용 비닐, 빨래용 비닐, 옷핀 여러 개
키친타월(설거지용), 물티슈, 여행용티슈, 손수건, 스포츠타월
치솔, 로션, 썬크림, 립밤(바람이 강해 입술이 금방 터서 아파요)

* 식사(총 10끼니) (뒤에서 다시 설명)
쌀, 누룽지, 반찬과 찌개거리(밀폐용기2개, 약 1리터), 커피믹스

* 옷
등산바지(긴옷), 등산셔츠(긴옷), 등산화, 모자, 장갑 착용하고,
트레이닝복 바지 1(잠옷용+우천시 대비), 쿨맥스 반팔 1, 면티셔츠 반팔 2(얇은 것. 잠옷용+귀가용. 쿨맥스가 하나뿐이라), 방풍자켓, 속옷 여러 벌(기능성이면 더 좋겠죠), 등산양말 여러 개(모자라면 가급적 목 길고 푹신한 양말로. 발목양말은 위험해요)

* 행동식
방울토마토, 오이2, 볶음고추장, 맛밤3, 양갱(40g)3, 캬라멜, 초콜릿, 미숫가루, 얼린 인절미(첫날 행동식, 이튿날 아침식사), 호두

* 비상약
붙이는 파스, 뿌리는 파스, 진통소염제, 대일밴드, 소화제, 피로회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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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컵. 커피 마실 때 좋습니다만, 코펠에 들어있는 밥그릇을 이용해도 충분합니다.


저는 여기에 DSLR과 추가렌즈까지 들고 다니느라 카메라 가방이 추가되었습니다.
카메라 가방은 배낭 바깥에 달았다가, 몸에 둘러 메기도 했다가, 나중에 짐이 좀 줄고 나서는 배낭 속에 넣었습니다.
자그마한 디카면 부담이 안 되겠지요.


설명을 해보지요..

우선 칫솔과 키친타월, 물티슈..
산에서는 세제를 사용하거나 물로 설거지를 해서는 곤란합니다.
(식수대가 취사장과 가까워지면서 이런 분들이 늘어나는데,
근래에 벽소령 대피소 식수대가 다시 저 아래로 내려간 것도 그때문이지 않나 추측합니다.
가까워서 좋았는데 말이지요. 쩝..)

그래서 필요한 것이 키친타월과 물티슈. 코펠에 물 조금 넣고 한번 끓여서 불린 후 종이타월과 물티슈로 박박 닦아냅니다.
양치도 마찬가지. 치약이나 비누, 샴푸는 가져가지 마세요. 칫솔로는 맨칫솔질만 합니다.
소금 쓰시는 분도 있는데 이것도 아닌 듯. 짠물에서 풀이 살 수 있나요?

헤드랜턴.
일출을 보러 간다면 해뜨기 전 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수입니다만
일출산행을 계획하지 않으시더라도 챙기는 것이 좋은데요,
종주는 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겨, 해가 지고 나서야 대피소에 도착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합니다.
헤드랜턴이 없다면 작은 손전등이라도 배낭에 끼워 넣으시길.

방풍자켓.
여름이라 방한복을 따로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풍자켓이 있으면 유용합니다.
추울 땐 있는 옷을 차곡차곡 껴입고 방풍자켓을 입으면 됩니다. (비상시엔 우의도 따뜻해요)
등산복 매장에서 파는 방풍자켓은 가격이 어마어마한데
저는 집에 굴러다니는 짝퉁 프라* 비닐자켓을 돌돌 말아서 가지고 다닙니다.
물론 산에서 비싼 등산용품은 제값을 하지만
한여름 등산에서 방풍자켓에 여행경비 전부에 맞먹는 돈을 투자하기는 좀 손이 떨리더만요.
(그래봤자 가장 싼 것밖에 못 산다는 것도 참...)
잘 찾아보시면 저렴하고 가벼운 비닐 소재(약간 우산 소재 느낌도 나고요) 바람막이를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티셔츠.
매일매일 새 걸로 입을 필요는 없는데,
쿨맥스 소재인 경우 금새 보송해지거든요.
셔츠는 등산용품 중에도 싼 편이라, 남대문 등산용품 매장 사이에 만원짜리 등산셔츠 파는 곳이 있습니다.
넉넉하시면 패쓰. (예산을 배분하셔야 한다면 좋은 티셔츠보다는 스틱이나 배낭에 투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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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총 10끼니의 밥과 찌개, 커피를 끓이는 데 2개가 채 안 들었습니다.
조작 미숙인지 첫 번째 가스는 둘째날 이미 떨어졌고, 나머지 하나는 남겨서 가져왔습니다.
쌀로 밥짓기를 11번 한 건 아니고,
저녁에 밥을 두 배로 해서 아침까지 먹었고, 아침에는 국만 끓였지요.

반찬과 찌개거리.
전에는 '3분'류의 레토르트를 잔뜩 사갔는데,
집에서 만들어가니 부피도 적고 쓰레기가 생기지 않고 좋더군요.
3분카레 두 개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만든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반찬은 일정이 길어질수록 마른반찬이 좋겠지요.
참치볶음(참치캔+간장+깨 넣고 기름기 없이 푸석해지도록 볶습니다), 제육볶음, 볶음김치, 진미채볶음, 소시지볶음.. 다 볶습니다. ㅎㅎ
따로따로 위생백에 넣어 묶고 밀폐용기 하나에 그 비닐들을 담아서 새지 않게 합니다.
소시지 볶음은 나중에 김치찌개에 넣으면 부대찌개로 변신합니다.
참치볶음 넣으면 김치참치찌개가 됩니다.

찌개거리는 미리 재료에 양념을 합니다. 따로 양념을 챙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름 '3분요리'가 되지요.
북어국, 김치찌개 등을 물만 부어 끓일 수 있도록 양념해서 그대로 위생백에 담아 밀폐용기에 넣습니다.
다른 반찬들을 추가로 넣어 끓이면 두 종류로 5-6끼도 물리지 않습니다.


저는 라면이 속에 별로 안 좋더군요. 컵라면은 부피 때문에라도 생략.
누룽지도 컵라면 용기에 들어있는 것이 있는데, 부피가 너무 크니
그냥 납작하게 포장된 누룽지를 사서 대충 부수어 위생백에 담아 부피를 줄입니다.
물붓고 끓이면 금새 든든한 식사가 됩니다. 누룽지로 쌀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해 보이더군요.

아, 건표고도 조금 가져갔었네요. 무게도 거의 나가지 않고, 찌개나 밥에 넣으면 호사스럽습니다.
행동식으로 가져간 호두도 밥에 넣을 수 있습니다.

연하천~노고단 구간 처럼 중간에 취사하기가 마땅하지 않은 곳에서는 도시락을 준비합니다.
지퍼백에 담긴 김자반에 남은 밥을 넣고
먹을 땐 숟가락으로 비벼 먹으면 됩니다.
숨어서 불법 취사할 필요 없습니다.


한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만,
또 떠오르면 업데이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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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