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2010. 9. 18. 01:45

몇 년 전,
부산으로 여행갔다 돌아온 K의 카메라에는
포장마차 주인이 들어있었다.


문신을 한 눈썹,
빨간 입술.
아마도 평생을 그 자리에서 곰장어와 소주를 팔았을 것 같은 주름.


K는 그날 필름이 끊겼고,
바다에 걸친 그 노점에서 "형님"들을 만났다 했다.
그 컷을 마지막으로
200만화소 똑딱이 카메라는 맛이 가버렸다.








몇 년 뒤 함께 찾은 자갈치시장.
사방이 공사중인 바닷가에서 K는 길을 헤맸다.







새로 들어선 훤칠한 건물 아래를 통과하면 바다가 보이고



왼편으로 그 유명한 영도다리도 보이고



세계최대 실내음악분수가 있다는 거대한 롯데백화점도 보이지만









바닷가 어디에도 노점들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가게에서
조개구이와 곰장어를 먹었다.

















조개를 구워주던 분에게 물었다.





"노점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노점은 다 없어졌다,고만 한다.












"그럼 저 건물로 다 들어갔나요?"

몇몇은 들어갔고, 나머지는 떠났다, 한다.
장사를 접은 이도 있다, 한다.











평생을 바다 앞에서 보냈을, 빨간 입술의 그는,
볼 수 없었다.


건어물시장쪽 영도다리 아래부터있었다던,
지금으로 치면 남포역에서 자갈치역까지 빼곡이 들어서 있었을,
포장 옆으로 찰랑찰랑 파도가 치는 노점은


이제 없다.








남항의 용두산 남쪽 바닷가는 보수천에서 흘러온 자갈돌로 이루어진 바닷가여서 부산사람들은 자갈치라 불러왔으며 지금은 해안이 매립되어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주먹만한 크기의 옥돌과 자갈들로 이루어진 자갈치는 충무동교차로에서 영도다리까지 이어져 일제시대에는 남빈해수욕장으로도 이름났었다.
'자갈'과 '치(끝, 언저리)'가 합성어로 지명이 되어버린 이곳 자갈치는 근대 역사의 흐름을 굳건히 이어온 부산 중구의 소중한 문화의 터이다.
- 자갈치거리에 있는 안내석.





자갈치시장이 지상 7층 지하 2층, 번듯한 건물로 새단장했다. 물 흥건하던 시멘트바닥엔 말끔한 타일을 깔았고 스카이라운지도 얹었다. 지붕은 부산의 시조(市鳥) 갈매기가 나는 모습이다. “부산은 갈매기를 보듬듯 사람을 받아들이고, 정을 나눠주고, 못다 베푼 사랑을 아쉬워한다. 부산은 넓은 가슴을 가졌다.” 이곳 시인 최영철의 찬사처럼 ‘자갈치 아지매’들은 새 보금자리에서도 넉넉한 가슴과 정겨운 호객으로 사람들을 맞을 것이다.
- 조선일보, "[만물상] 자갈치시장", 2006.8.4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 시장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주변환경이 정비되고 있지만 이 때문에 그동안 자갈치 시장을 지켜온 '자갈치 아지매'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부산시와 중구청은 자갈치 주변에 해안도로와 친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빠르면 오는 11월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자갈치 시장에서 노점을 해오던 자갈치 아지매들은 꼼짝없이 노점상을 접어야 할 판이 됐다.

이에 대해 노점을 하고 있는 한 자갈치 아지매는 언제는 부산의 명물이 자갈치고, 그 가운데서도 자갈치 아지매가 더 명물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환경정비를 이유로 쫓아 내려고 한다며 부산시와 중구청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 노컷뉴스, ""부산 명물이라더니…" 자리 뺏기는 '자갈치 아지매들'", 2006.9.18






 


부산 중구청은 10일 오전 국유지인 남포동 4가 물양장(자갈치시장 왼편 건어물 시장 쪽)에서 영업 중인 자갈치시장 노점 65 곳을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강제 철거한다고 6일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노점상들이 2번이나 약속을 어겼지만 생계문제를 호소해 와 철거를 미뤘지만 수협 측에서 소송까지 계획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노점상들은 "구청이 생계 대책을 마련해주지도 않고 철거를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자갈치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생계 터전을 마련해 준다는 약속만 믿고 각서를 썼는데 여전히 대책이 부실해 철거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청에서 대체 장소로 제시한 곳들은 입주가 어렵고 수협 자갈치 공판장 옆 친수공간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부산 자갈치시장 노점 강제 철거 '대치'", 20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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