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2008. 4. 12. 21:36

교향악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적은 나이도 아닌데, 드라마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네요.
<노다메 칸타빌레>를 두 번 보고 나서, "이젠 클래식 연주회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친구 덕에 파이프오르간 독주회에 가본 적은 있지만
그거야 "아는 사람의 연주"였지 순수하게 음악 들으러 간 건 아니었으니 논외로 하고,
이전, 연주회에 대한 생각은
영화처럼 팽팽 돌아가는 화면도 없고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도 없는데
영화 한 편보다 긴 시간 가만히 앉아서 졸지 않고 버틸 수 있으랴..
같은 종류의 것이었는데요,
'치아키 센빠이'를 보면서 지휘자가 뭘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슬슬 용기가 생기더군요.
마침 그 때쯤 <카핑 베토벤>을 보면서 <합창>이 귀에 꽂히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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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교향악축제>가 열리고 있는 예술의 전당

그래서 찾아간 것이 <2008 교향악 축제>입니다.
첫 교향악단 연주회인지라, 어차피 훌륭한 (그리고 비싼) 연주는 가려낼 귀도 없는 데다
"이 곡은 쫌 알지" 할 만한 곡도 없어서
클래식을 쫌 아는 지인에게 부탁해 (전적으로 그의 의사에 기대어) 날짜를 골라 예매를 했습니다.

그래서 만난 연주회가
경북도립교향악단의 쇼스타코비치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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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교향악축제>, 4월 5일의 경북도립교향악단 연주회입니다. 플룻협연이 있어서 플룻연주자 이름도 있네요. 쉬는 시간에 찍었는데도 바로 제지하더군요. 훗.

맨 앞 줄에 앉아서, 교향악단 전체를 조망할 수는 없었지만
가까운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소극장의 연극같은 느낌이 들 만큼.
바이올린의 아랫부분(어깨쪽)에 댄 곰 모양 스펀지가 귀엽게 눈에 들어왔고,
바이올린 활줄이 그렇게 자주 끊어지는 것인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같은 악기의 재질과 색상이 제각각이라는 것도요.

(첫 연주회에서 연주가 어땠다고 말하기는 민망하고)
기억에 남는 건 콘서트 마스터였습니다.
백발을 뒤로 묶은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김창균씨는
연주와 연주 중간에 기분 좋은 미소를 띠며 단원들을 바라보곤 했는데요,
연주 도중에는 완전히 음악에 푹 담겨 있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의 자태가 더 매력적이었답니다.
사실 다른 많은 이들은 악보를 열심히 보고 행여 틀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 무표정한 얼굴들이어서
더 대조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표정은 콘서트 마스터의 연륜일까, 특권일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는..훗.)

안 그래도 요즘 뭘 배우고 있는데, "배우는 데 욕심내지 말고 그걸 사랑하라"는 식의 충고를 아프게 들은 터라
그의 모습이 더 마음에 밟힙니다.
그래요, 처음에는 그것을 사랑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기계적으로 틀리지 않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더군요.
물론 제가 많이 틀려서 그렇기도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주객은 전도되어 버린 거지요.

잘 하면서 즐길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잘 하지 못하더라도 즐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내용은 옆길로 샜지만, 결론은 제자리로.
연주회는 꽤 좋았던 듯합니다. 전공자인 듯한 옆자리 사람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더구나 앵콜 연주까지 들었으니까요.
클래식 연주회에서 앵콜 연주를 하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박수가 끊이지 않자 지휘자가 몇 번 들고 나다가
앵콜 연주를 두 번 더 하고 나서야 완전히 자리를 떴답니다. 끈질긴 청중들..ㅋ
앵콜곡은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이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과 이은주가 숲 속에서 왈츠를 추던 장면에도 삽입되었던 <왈츠>였어요. 반갑더군요. :)
여튼.. 이제는 연주회가 좀 친근하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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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앞 <까페 라 리(La Lee)>. 연주회 전에 케잌 먹으러 잠시 들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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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리의 케잌. 환상적인 치즈케잌들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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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r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