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2011. 12. 8. 23:46

인천공항에서 탄 밤비행기는 10시간여를 날고,
그 사이 지구는 돌아서,
새벽 5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에 무려 터키,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
국제선 터키항공의 이착륙은 아주 부드럽습니다.



긴 비행이라 좀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푹 자지는 못했지만 주는 거 먹다 보니 그리 지루하지 않게 도착했어요.

첫날 곧바로 스타워즈의 행성, 카파도키아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카파도키아로 가려면 카이세리행 비행기나 네부쉐히르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주요 관광지는 네부쉐히르가 더 가까워요.

카이세리행 노선이 더 자주 있기는 하지만, 카이세리로 가면 다시 버스 이동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9시 50분 네부쉐히르행을 예약하고, 남는 시간에 이스탄불을 살짝 맛보기로 했습니다.

짐을 찾아 둘러메고 메트로로 갔더니 입구에 줄이 쳐져 있어요.
운행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제톤 자판기를 보아하니 유로를 받아줄 것 같지 않아서, 다시 공항으로 백, 조금만 환전하고 되돌아가서
버벅버벅 제톤을 사고 메트로에 탑승 성공.
첫차는 6시쯤 운행을 시작하는 것 같더군요.

 


공항이 기점인 메트로에는 사람이 많지 않고, 다들 피곤해 보입니다.
여행자들은 다들 공항에서 대기를 하는지 보이질 않고,
현지인들은 밤새 일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일 테지요.
하지만 외쿡 배낭여행 여자가 신기한 모양입니다.

조금 가다가 번화가가 보이면 그냥 내려서 모르는 동네를 돌아볼까 했는데,
하늘은 여전히 캄캄합니다.
밝아질 때까지는 메트로에 타고 있는 편이 낫겠어요.

메트로는 두 명씩 무릎을 맞대고 앉는 다정한 구조예요.
거대한 배낭을 안고 있지만, 설마 옆에 앉는군요. 뒷자리도 비었구만.

30분쯤이 지나 악사라이역에 도착하니
돌아다닐 만하게 밝아졌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해가 그렇게 일찍 져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늦게 뜨는 줄만 알았지.

 


사진보다는 좀더 밝았어요.

지도를 들고 발렌스 수도교에 가보기로 해요.
방향감각도, 도로명 표지판도 찾지 못한 채
오로지 느낌만으로 거리를 걷습니다.
설령 잘못된 길이어도,
거슬러 돌아오면 되니까요.

낯선 나라의 새벽길,
일찍부터 문을 연 빵집에서
고소한 빵냄새가 솔솔 흘러나옵니다.
내가 낸 돈이 얼만데, 하며
기내식을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 먹어둔 탓에
차마 빵집으로 들어가진 못합니다.
아마도 출근길일 터키 남자들은 빵집에서 아침식사 중.

 

지도를 들고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저 앞의 할아버지가 알려주겠다고 하네요.
그는 영어를 할 줄 모르고
우리는 터키어를 할 줄 모르지만
음. 알겠어요. 사으올.
지나가는 남자들이 인사를 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
응. 그래.



한국에선 일출을 언제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이국에선 부지런한 여행자가 되어 새벽 공기 속을 걷습니다.

터키 골목은
유럽스러운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건물과
일부가 무너져내린 건물들이 나란히 있어요.
무너져내린 담조차 마치 유적처럼 보여서
음침하거나 낯선 분위기를 풍기지 않습니다.




어찌어찌 골목을 돌다가
저 멀리 보이는 모스크를 따라 큰 길로 나오니
발렌스 수도교가 보이네요.
발렌스한 수도사들이 도닦은 건물의 담장인 줄 알았더니만
지상 수로였다고 하네요. 다리 위로 물을 흘려 여러 곳으로 보냈다는데,
땅 위에 수로가 있고 땅 밑에 저수지가 있는 이상한 나라.




사실 그것보다 이상했던 건 저기 저 사람들이에요.

 
아니, 대체 어디로 올라간 걸까요.
올라가는 길을 찾으려고
수도교의 끝에서 끝까지 걸었지만 실패.
올라가면 시가지가 다 보일 것 같았는데.





계단 찾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오던 길을 되짚어 악사라이역으로 돌아갑니다.
그 길에 유혹을 못 이기고 사먹은,
볶은깨가 우수수 떨어지는 깨빵은
여행책자를 찾아보니 이름이 시미트라고 하는데,
합성착향료 볶은깨향이라도 뿌린 것인지
터키 깨는 우리 깨랑 다른 건지,
올레.

 

Posted by [Arte]